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유는 최근 LG U+ 가 내놓은 딩동(dingdong)이란 서비스에 대해 몇 마디 하고자 함이다.

이 서비스는 성인(어른)의 귀에 들리지 않는 20,000hz 언저리의 고음파 영역을 휴대폰의 마이크가 잡아낼 수 있다는데 착안한 이른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음파를 이용한 실내위치측위 기술과 이를 이용한 Local-AD 비즈니스 모델이다.

통신 3사는 물론 실내위치측위 기술과 관련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많다. 게다가 음파를 활용한 실내위치측위 기술은 미국의 Shopkick이 소개한 이후 너도나도 기술개발과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기술이다. (심지어 우리 회사도 하고 있다.) 

엘지는 아마도 이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의 핵심은 선점효과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샵킥의 기술과 서비스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서비스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변호사 검토의견까지 친절하게 실려 있다.) 화면 디자인까지도 그대로 카피했다.

좋은 기술인데 카피 서비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도 아는데 피쳐폰 시절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 민망한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서론은 이쯤하고 디자인을 보자.




샵킥과  디자인 컨셉은 물론 하단 탭바 서비스 위치와 디자인 주조색까지 마치 샵킥의 한글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샵킥과 딩동을 나열해 놓으면 이게 서로 다른 서비스라는 느낌을 주는가. 그럼에도 미국 샵킥과는 전혀 상관 없단다. 

앱서비스를 고민하는 기획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창피하다 엘지. 이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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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났다.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의미있는" 이라고 해야하나.)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8/30/Edaily/v17956409.html

이데일리를 통해 기사화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은행권(금결원 + 17개은행 = 모바일금융협의회)이 공동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등록하는 방안을 협의하였다.
2. 전국의 지사망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권이 독자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경우 통신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한국의 이동통신사와 은행권이 이동통신 금융사업과 관련하여 유난히도 다른 나라(예를 들면 일본)에 비해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모바일금융 서비스는 번번히 실패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었다. 그나마 카드사와 이동통신사의 협력에 의해 상품이 나오긴 했으나 은행권은 사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방법을 택하곤 햇다.

(BC카드가 2G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카드를 은행과 함께 만들려고 하다 이동통신이 3G로 가면서 이 마저도 틀어지게 되었고 그나마 통신사와 함께 나온 모델이라곤 우리은행의 VM뱅킹 정도이다.)

사실 MVNO 얘기가 나오면서 사업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본 것은 대형할인마트, 백화점 등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유통회사 즉, CJ나 롯데그룹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들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겠으나 가장 먼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은행권"인 것을 보면 모바일금융이라는 사업 영역의 중요성이 크긴 큰 것 같다. (무관심한 논지인가...)

오늘 기사에서 김현동 기자가 언급한 버진모바일에 대해 얼마 전 읽은 글이 있기에 개략을 올려본다. MVNO와 버진모바일에 대한 글도 상당히 많지만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2010년의 기업통화, 노무라종합연구소, 2006,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올리겠음.)

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는 회사가 바로 영국 Virgin Group의 Virgin Mobi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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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은 주택담보사업도 한다네. 안하는게 뭐야.



버진그룹은 항공,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을 두루 운영하는 종합회사로 1999년부터 T-Mobile의 네트워크를 빌려 버진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MVNO 사업에 진출하였다. 버진모바일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 또는 여타 MVNO와 차별점을 가진다.

1. Virgin Record 등을 판매하고 있는 Virgin Mega Store에 Virgin Mobile의 전문점을 설치하였다.

2. Virgin Mobile 전용 단말기를 출시했다.

3. 포인트 정책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선불전화 이용자가 100포인트를 이용하면 신규단말 10포인트를 할인하는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였다.

4. 온라인으로 판매를 실현하였다. 고객의 선불전화 이용자에 대해서 음성이나 데이터 통화의 정액제를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롭나? ㅡ.ㅡ)

5. 모바일 텔레비젼 서비스에 대응했다. BT의 디지털 TV방송인 BT Movio의 수신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를 출시했다.

버진 모바일의 사례는 유통채녈을 확보하고 있는 버진그룹이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사업을 임대하여 어떤 형태로 시장에 도입하면 좋은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위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막상 한국적 상황이나 맥락을 고려한다면 버진그룹의 5가지 차별점은 한국의 이동통신사업자와 별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버진그룹이 단순히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리고 상품을 그대로 시장에서 "팔기만 한" 즉 KTF 제품을 KT가 재판매하는 것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버진 모바일은 그들 고유의 자체 단말기고객니즈에 대응하는 서비스(TV), 저렴하고 특화된 가격정책 등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은행권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풀어갈 것인지 흥미롭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망을 확보하고 이동통신사와 상관없이 서비스를 올려보겠다는 시도가 어떤 형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은행권 공동의 대응이 자칫 금융결제원과 같은 관료화된 조직을 구축하여 기존의 서비스와 차별화가 없는 단지 은행서비스만 올라간 휴대폰을 은행에서 공급하는 정도의 시장진입을 시도한다면 한국처럼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간단히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은행권이 MVNO를 하면서 그 동안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 칼자루를 휘둘러왔던 이동통신사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한편 은행권이 이동통신사처럼 트랜디 한 조직을 만들고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든다.

여하튼,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들 간의 경쟁은 반갑다. 적어도 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아름답고 보기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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