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베스트셀러처럼 보이거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이 책의 읽기를 강권하는 걸 피해볼 심산이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추천했다느니 하는 내용이 책표지에 당당히 박혀 있는 것도 마음에 썩 들지 않았고, 저자들 역시 순수하게 인생을 보여주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아닌 어떻든 어떤 목적을 향한 글쓰기를 하는 "자기개발" 전문서의 저자들인 탓에 글쎄... 책을 살 결심을 하는데까지 한 참이 걸렸다. (사실, 네이버 사장이 전 직원들에게 한 권씩 돌렸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 사실 때문에 더욱 읽고 싶지 않았다.) 배려니 청소부 밥이니 하는 류의 이른바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의 아류쯤으로 느껴지는 위즈덤 하우스 시리즈에 대한 반감도 이 책을 손에 잡는데까지 꽤나 고심을 하게 한 이유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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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聽得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읽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으나 필자는 "꼭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비판에 직면 그 위력에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름 얻은 것들이 많았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많은 해석의 여지를 준다. 주인공 이토벤이 처한 상황이 여러 가지를 말해준다. 개인적인 위기와 회사의 위기 그리고 (좀 허술하고 쉬운 듯 한) 해결 국면과 나름 짜임새 있는 결말. 읽은 이가 어디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을 것 같았다. (여하튼 교훈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니까.) 기억에 남는 대목을 들자면, 들을 聽자에 대한 저자의 재미있는 해석이 마음에 들었다. 귀 이, 임금 왕, 열 십, 눈 목(누웠지만), 한 일, 마음 심. 그럴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난 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장하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생각해 보면 주변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고 느낀 것은 내 속에 있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도 새삼 곱씹어 본다.

비우고 듣기. 비우고 듣기. 다 비우고 아무 사심 없이 들어보자.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닌들 어떠하며 비우고 들어서 상대방의 소리가 그대로 내 속에 담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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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났다.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의미있는" 이라고 해야하나.)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8/30/Edaily/v17956409.html

이데일리를 통해 기사화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은행권(금결원 + 17개은행 = 모바일금융협의회)이 공동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등록하는 방안을 협의하였다.
2. 전국의 지사망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권이 독자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경우 통신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한국의 이동통신사와 은행권이 이동통신 금융사업과 관련하여 유난히도 다른 나라(예를 들면 일본)에 비해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모바일금융 서비스는 번번히 실패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었다. 그나마 카드사와 이동통신사의 협력에 의해 상품이 나오긴 했으나 은행권은 사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방법을 택하곤 햇다.

(BC카드가 2G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카드를 은행과 함께 만들려고 하다 이동통신이 3G로 가면서 이 마저도 틀어지게 되었고 그나마 통신사와 함께 나온 모델이라곤 우리은행의 VM뱅킹 정도이다.)

사실 MVNO 얘기가 나오면서 사업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본 것은 대형할인마트, 백화점 등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유통회사 즉, CJ나 롯데그룹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들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겠으나 가장 먼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은행권"인 것을 보면 모바일금융이라는 사업 영역의 중요성이 크긴 큰 것 같다. (무관심한 논지인가...)

오늘 기사에서 김현동 기자가 언급한 버진모바일에 대해 얼마 전 읽은 글이 있기에 개략을 올려본다. MVNO와 버진모바일에 대한 글도 상당히 많지만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2010년의 기업통화, 노무라종합연구소, 2006,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올리겠음.)

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는 회사가 바로 영국 Virgin Group의 Virgin Mobi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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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은 주택담보사업도 한다네. 안하는게 뭐야.



버진그룹은 항공,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을 두루 운영하는 종합회사로 1999년부터 T-Mobile의 네트워크를 빌려 버진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MVNO 사업에 진출하였다. 버진모바일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 또는 여타 MVNO와 차별점을 가진다.

1. Virgin Record 등을 판매하고 있는 Virgin Mega Store에 Virgin Mobile의 전문점을 설치하였다.

2. Virgin Mobile 전용 단말기를 출시했다.

3. 포인트 정책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선불전화 이용자가 100포인트를 이용하면 신규단말 10포인트를 할인하는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였다.

4. 온라인으로 판매를 실현하였다. 고객의 선불전화 이용자에 대해서 음성이나 데이터 통화의 정액제를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롭나? ㅡ.ㅡ)

5. 모바일 텔레비젼 서비스에 대응했다. BT의 디지털 TV방송인 BT Movio의 수신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를 출시했다.

버진 모바일의 사례는 유통채녈을 확보하고 있는 버진그룹이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사업을 임대하여 어떤 형태로 시장에 도입하면 좋은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위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막상 한국적 상황이나 맥락을 고려한다면 버진그룹의 5가지 차별점은 한국의 이동통신사업자와 별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버진그룹이 단순히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리고 상품을 그대로 시장에서 "팔기만 한" 즉 KTF 제품을 KT가 재판매하는 것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버진 모바일은 그들 고유의 자체 단말기고객니즈에 대응하는 서비스(TV), 저렴하고 특화된 가격정책 등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은행권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풀어갈 것인지 흥미롭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망을 확보하고 이동통신사와 상관없이 서비스를 올려보겠다는 시도가 어떤 형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은행권 공동의 대응이 자칫 금융결제원과 같은 관료화된 조직을 구축하여 기존의 서비스와 차별화가 없는 단지 은행서비스만 올라간 휴대폰을 은행에서 공급하는 정도의 시장진입을 시도한다면 한국처럼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간단히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은행권이 MVNO를 하면서 그 동안 그들의 지위를 이용해 칼자루를 휘둘러왔던 이동통신사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한편 은행권이 이동통신사처럼 트랜디 한 조직을 만들고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든다.

여하튼,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들 간의 경쟁은 반갑다. 적어도 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아름답고 보기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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